김종준 행장 거취 놓고 금감원·하나은행 갈등

김종준 행장 거취 놓고 금감원·하나은행 갈등

입력 2014-04-22 00:00
업데이트 2014-04-2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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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준 하나은행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하나은행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김 행장에 대한 징계 내용을 조기에 공개하는 등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중징계를 받은 사람은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의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권 일부에서는 금감원이 민간 금융사의 경영에 간섭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 김종준 징계 내용 전격 공개…하나銀 불만 토로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종준 행장이 임기를 끝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만에 금감원이 김 행장의 징계 내용을 조기 공개하면서 양측의 긴장감이 팽팽해지는 모습이다.

금감원은 이날 김 행장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 결정 내용을 금감원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제재심의위원회 결정 내용은 통상 시차를 두고 금감원 홈페이지에 공개되는데, 이번에는 제재 내용을 조기에 공개한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김종준 행장이 자신은 떳떳하며 정당한 투자를 했다고 말한 점에 대해 어이가 없다”면서 “이에 금융 시장에 오해가 없도록 제재 내용을 조기에 공개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이런 반응은 문책경고 상당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김 행장이 지난 20일 임기를 끝까지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김 행장이 징계 내용을 부정하고 금융당국에 맞서는 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김종준 행장이 하나캐피탈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1년 미래저축은행에 145억원을 투자해 59억5천200만원의 손실을 입혔다며 지난주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 사안에 대한 검토를 지시한 김승유 전 회장은 주의적 경고 상당, 하나캐피탈은 기관경고와 과태료 500만원, 하나금융지주는 기관주의 조치를 받았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징계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5단계로 나뉜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향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된다.

하나은행 측은 “현재로서는 상황을 지켜볼 뿐이다. 지난번 입장 발표(임기 채우겠다)에서 아직 달라진 것은 없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금감원이 민간 금융사 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중징계를 받은 임원은 당장 물러나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재취업’을 할 수 없도록 돼 있으므로 당장 퇴진하라고 종용하는 것은 규정에 어긋나며 관치금융이라는 주장이다.

금감원이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불린 김승유 전(前) 하나금융 회장에 대한 ‘대리 징계’ 성격으로 김종준 행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해석도 일부 있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김 전 회장을 망신주려는 의도로 보이는데, 해도 너무한 것 같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승유 전 회장은 “나에 대한 징계는 어차피 처음부터 (금감원)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놔뒀다”면서 “그러나 행장까지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금은 금융권이 자숙해야 할 때인데 김 전 회장이 정말로 이런 말을 했느냐”면서 “일고의 가치도 없는 발언”이라고 일축했다.

하나금융 내부에서는 이번 사안이 현재 진행중인 KT ENS 관련 검사나 외환카드 분할 및 하나SK카드와의 통합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 금감원이 공시한 징계내용은

금감원이 이날 공시한 김 행장의 징계 내용을 보면 미래저축은행에 대한 무리한 대출과 투자 그리고 서류 조작까지 드러나 있다.

김 행장은 미래저축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경영개선 계획에 대한 검증도 없이 일주일 만에 하나캐피탈 자기자본의 8.3%에 해당하는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미래저축은행이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은 구체성이 없고, 객관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전망됐는데도 부랴부랴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하나캐피탈이 자체적으로 검토한 ‘지분 투자 승인신청서’에도 경영개선 계획의 이행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음에도 무리하게 미래저축은행 대주주와 풋옵션 약정을 체결하고 유명 화가 그림 등에 대해 질권을 설정했다.

그림의 경우 감정값의 50%만 담보로 인정함에도 특정 미술품 감정업체가 감정한 167억원 전액을 유효 담보가액으로 잡았다.

김 행장은 미래저축은행이 요청한 시한까지 급하게 투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는데도 심의·의결한 것처럼 이사회 의사록을 허위 작성하기도 했다.

그 이후에도 미래저축은행에 대한 지분 투자 승인과 관련해 이사회 안건 첨부 서류인 ‘지분투자 승인신청서’를 ‘유가증권투자 승인서’로 임의 대체하기도 했다. 회계법인 재무자문평가서가 이사회 의결일 이후에 접수됐는데도 ‘유가증권 투자 승인신청서’에는 이사회 의결일 이전에 접수된 것처럼 표현한 사실도 드러났다.

2011년 10월께 이사회 의안 첨부 서류로 임의 대체 첨부된 ‘유가증권투자 승인 신청서’의 출력 일자가 이사회 의결일 이전 시점처럼 보이려고 전산시스템까지 변경하기도 했다.

2011년 9월 15일 자기자본의 8.3%에 달하는 미래저축은행에 대해 145억원의 지분 투자를 결정하고도 공시하지 않는 등 2010년 1월 1일부터 2012년 10월 10일까지 수시공시 8건, 결산공시 2건 및 상반기공시 1건 등 총 11건에 대한 경영공시도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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