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개혁 가속도… ‘졸속 추진’ 부작용 논란도

공공기관 개혁 가속도… ‘졸속 추진’ 부작용 논란도

입력 2013-12-31 00:00
업데이트 2013-12-3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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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매각 등은 경영 악화·사회적 갈등 낳을 수도

정부가 부채감축과 방만경영 정상화를 위한 공공기관 대책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공공기관 ‘채찍질’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채가 많은 12개 기관은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책임을 묻지 않을테니 자산을 적극 매각하라고 주문했다. 복지혜택이 과도해 방만경영의 타깃이 된 20개 기관에는 공무원 수준으로 복지수준을 낮추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가이드라인 중 사업 구조조정과 자산매각 등은 급하게 추진되면 오히려 경영 악화와 사회적 갈등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모든 자산 매각 검토·사업 구조조정 나서라”

이번 실행계획과 가이드라인은 이달 중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발표한 이후 한 달도 채 안 돼 나왔다. 정부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대책을 추진하는 셈이다.

부채감축 가이드라인은 토지주택공사(LH), 수자원공사, 철도공사, 도로공사, 철도시설공단, 한국전력공사, 가스공사,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대한석탄공사, 예금보험공사, 장학재단 등 부채 상위 12개 공공기관에 적용된다.

구체적으로는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 구조조정에 착수하고,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한 필수 자산 이외의 모든 자산에 대한 매각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들은 시장가격으로 매각 가능한 우량 자산을 우선 매각하는 등 실질적으로 부채를 감축할 수 있는 자산매각 방안에 매각 대상자산, 예상매각가격, 손실규모를 명확히 해서 제출해야 한다.

작년 기준 220%인 채무비율을 2017년까지 200%로 관리하려면 이 정도의 뼈를 까는 노력이 필요하다는게 정부측 설명이다.

마사회, 인천국제공항공사, 대한주택보증, 부산항만공사, 지역난방공사, 한국거래소 등 1인당 복리후생기관 상위 기관은 방만경영 해소를 위해 복리후생 수준을 공무원 수준에 맞춰 하향 조정하도록 했다.

그동안 국정감사와 언론 등을 통해 지적된 퇴직금·교육비·의료비·경조사비·고용세습·복무행태 등 8대 유형을 중심으로 한 구체적인 개선 기준에 따라야 한다.

이들 중점관리대상 해당 공공기관들은 이 가이드라인에 맞춰 내년 1월 말까지 부채감축계획·방만경영 정상화계획을 각각 기재부와 정상화협의회에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부채 감축을 위한 자산매각 과정에서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음에도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나 방만경영 개선 과정에서 파업이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방침도 함께 밝혀 기관의 책임 부담을 덜어줬다.

◇ 자산매각·사업구조조정 졸속 추진시 부작용 우려

문제는 이들 공공기관이 제출해야할 시한이 불과 한달 남짓이라는 점이다. 수익성이 없는 국내외 사업을 가려내고, 팔아야할 자산목록을 작성하기에 빠듯한 시간이다.

기관별로 마련한 계획의 이행 실적은 내년 3분기에 중간평가받는다. 정부는 실적이 부진한 기관장은 해임건의까지도 불사하겠다는 ‘강수’를 뒀다.

정부의 의도대로 이번 대책이 추진되면 공공기관의 ‘환골탈태’를 가져올 수도 있겠지만, 공공기관들이 급하게 마련한 계획으로 짧은 시간 안에 눈에 띄는 실적을 내려다보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공기관 자산 매각을 졸속으로 추진해 수익성이 좋은 ‘알짜 자산’을 마구잡이로 내다팔다가는 장기적으론 경영상황 악화·국가적 손실을 초래해 ‘교각살우(矯角殺牛)’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헐값 매각 시비, 재무구조 악화 가능성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절차를 준수하는 등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단서 조항을 달았다.

하지만 경기가 그다지 좋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개별 기관이 우량 자산을 제값에 파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코레일 경영을 효율화하겠다며 추진한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철도노조 등의 반발에 부딪혀 사회적 갈등이 심화된 것처럼, 개별 공공기관이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사태가 언제든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재정압박을 받아 그 연장선에서 공공기관의 수익성 높은 알짜자산까지 매각하겠다는 것 같다”며 “공기업의 설립 취지인 ‘공공성’을 고려하지 않고 자산 매각을 급하게 추진하면 졸속 민영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이런 경우 가격 인상, 서비스의 질 저하 문제뿐 아니라 국민 안전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섣불리 할 것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통한 중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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