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넘는 장기대출 비중, 한국 22%…독일 77%

5년 넘는 장기대출 비중, 한국 22%…독일 77%

입력 2013-05-28 00:00
업데이트 2013-05-28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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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마다 대출연장에 심리적 위축”…은행 ‘갑의 횡포’ 불러

단기대출 위주의 관행이 서민과 중소기업들을 울리고 있다.

1년마다 대출을 연장해야 하는 서민과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은행에 ‘을’이 될 수밖에 없다. ‘갑의 횡포’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잘못된 대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국내에선 ‘단기대출’ 당연시…선진국과 천양지차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의 총대출 중 1년 이하의 단기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4.9%에 달했다. 1~5년은 23.1%, 5년을 넘는 장기대출은 22%에 불과했다.

기업대출의 경우 1년 이하 단기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8.6%에 이르지만, 5년 초과 장기대출은 고작 6.6%에 머물렀다.

국내 고객들은 1년짜리 단기대출에 익숙해진 상태지만, 선진국의 대출 관행은 이와 다르다.

독일의 1년 이하 단기대출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독일을 제외한 유럽국가 평균도 15%다. 같은 아시아권인 대만과 일본의 단기대출 비중도 각각 23.4%, 26.6%에 그쳤다.

이들 나라의 대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대출기간이 5년을 넘는 장기대출이다.

독일의 5년 초과 장기대출 비중은 무려 76.8%에 달한다. 독일을 제외한 유럽국가도 73.4%에 이른다. 대만과 일본도 장기대출 비중이 절반 가량에 달해 각각 53.2%, 45.9%를 차지한다.

이들 나라에서는 단기보다는 장기대출이 당연시되는 대출 관행이 정착된 셈이다.

◇ “믿고 의지하는 장기대출 관계 쌓아야”

은행들은 고객 신용도의 변화 등을 제 때 반영하기 위해서는 1년 단위 대출관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의 소득이나 기업 재무구조 등에 변화가 있어 금리를 조정해야 하는 필요성 등을 감안하면 1년 단위 대출구조가 불합리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1년짜리 단기대출은 고객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금융관계를 맺는 선진국형 대출 관행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독일의 중소기업들이 세계적인 ‘강소(强小)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장기적인 자금 조달을 바탕으로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기대출 덕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독일 중소기업의 자금애로 정도는 대기업과 비슷하게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서민이나 중소기업 고객들은 1년마다 대출을 연장해야 하고, 대출 연장이 안 될 때는 신규 대출을 받아야 해 은행과의 관계에서 ‘을’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1년마다 대출 연장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심리적 위축감을 줄 수밖에 없다”며 “장기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 안정적인 기업 경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권의 단기대출 관행은 위험을 회피하면서 수익만 챙기려는 은행들의 행태 탓도 크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기술력이나 사업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면 장기대출이 가능하겠지만, 이러한 평가능력이 떨어지는 탓에 자금을 쉽게 회수할 수 있는 단기대출에만 치중한다는 지적이다.

한은 거시건전성분석국의 김낙현 과장은 “은행의 단기대출 관행은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거나 자금이 필요할 때 자금 회수를 쉽게 하려는 측면도 있다”며 “선진금융으로의 진정한 도약을 원한다면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장기대출 관계를 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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