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대물림, 공정한 취업기회 막아 사회질서 깨”

“일 대물림, 공정한 취업기회 막아 사회질서 깨”

입력 2013-05-17 00:00
업데이트 2013-05-17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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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단협 조항 무효 파장

‘일자리 대물림’을 보장한 현대자동차의 단체협약(96조)에 대해 울산지방법원이 16일 내린 ‘무효’ 판결은 국내 주요 기업들의 우선·특별 채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 평균 연봉이 1억원대에 가까운 이른바 ‘신의 직장’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 같은 내용의 단체협약 관행에도 제동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이번 판결은 현대차 노사가 2011년 단협을 통해 마련한 ‘25년 이상 장기근속자 또는 정년퇴직자 자녀에게 가산점’을 주기로 한 별도조항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현대차 이외에도 기아자동차는 2007년 단체협약을 통해 재해 근로자 자녀 특별채용을 시행하고 있고, 현대중공업도 1990년대 단체협약에 이 조항을 포함했다. 또 SK에너지와 석유화학업계 일부 기업은 산업재해를 입은 유족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관행적으로 자녀 특별채용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인사권의 경우 단체협약 대상으로 보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공정한 취업기회를 제한하는 등 사회질서(민법 제103조)를 저해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직접적으로 관련되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이외에 기업경영과 인사에 관한 사항은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도 해 향후 노동계의 대응이 주목된다.

재판부는 “문제의 단협은 사실상 일자리를 물려주는 결과를 낳아 우리 사회의 정의 관념에 배치되며 다수 취업 희망자들을 좌절케 한다”면서 “경쟁을 통해 가질 수 있는 평생의 안정된 노동의 기회를 그들만의 합의로 분배해 주는 일은 현재의 우리 사회가 동의할 수 있는 질서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권혁 부산대 법학과 교수는 “노동조합이 힘을 바탕으로 인사권에 개입하거나 조합원과 정규직만을 위한 활동 및 역할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시켜 주는 판결로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반면 김태근 울산시민연대 대외협력실장은 “인사권은 사용자에게만 있다고 볼 수 없고, 단협은 노사 합의로 마련된 것인 만큼 ‘무효’라는 것은 과한 판결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권오일 현대차 노조 대외협력실장은 “집안의 가장이 업무 중 사망하면 가정붕괴로 이어지는 등 피해가 커 노사가 합의로 단협 조항을 마련한 것이지, ‘대물림 고용’은 아니다”라면서 “업무와 상관없는 질병이나 교통사고 사망자 등은 해당하지 않고 업무 중 사망 등은 거의 없는 특별한 사안이기 때문에 확대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2013-05-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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