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18일 론스타에 징벌적 성격이 빠진 외환은행 초과지분 매각명령을 내리면서 하나금융지주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하루라도 빨리 론스타와 외환은행 지분에 대한 가격 재협상을 마쳐 최종 관문인 당국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으로서는 당연히 현재 외환은행 주가에 근접한 수준으로 인수 가격을 낮추는 것이 유리하다.

그만큼 자금 부담을 덜 수 있고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에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을 내주는 데 부담이 덜 가기 때문이다.

이러면 론스타에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려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외환은행 지분을 처분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외환은행 노조와 시민단체 등의 칼끝도 피해갈 수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가격을 깎자고 나설 수는 없다.

매각명령 이행기간이 론스타의 요구대로 6개월이나 부과된 만큼 론스타가 다른 매수자를 찾아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양측이 지난 7월 외환은행 지분매매계약을 6개월 연장하면서 재조정한 인수가격은 4조4천59억원(주당 1만3천390원). 종전 4조6천888억원에서 2천829억원 깎은 가격이다.

외환은행의 이날 종가는 7천900원이다. 현 계약가보다 40% 이상 낮추는 방안을 론스타가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또한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매매계약 시한은 이달 말까지로 다음달부터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이 약 1조원을 깎아달라고 했으나 론스타가 거부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하나금융의 공식적인 입장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가격 협상에 나선다는 것이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그간 론스타와 가격 문제를 논의한 바 없다”며 “매각 명령 이후 론스타와 접촉할 것”이라고 수차례 말해왔다.

이제부터 가격은 물론 하루라도 빨리 협상을 마무리하려는 하나금융과 느긋하게 지켜보며 다른 인수대상까지 물색하려는 론스타의 수싸움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이 인수가격 등이 수정된 새로운 자회사 편입 승인 신청서를 들고오면 금융당국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 안건을 다루게 된다.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당국은 자회사 편입을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승인 후 5영업일 내에 론스타에 매매대금을 건네고 주식을 넘게받게 된다.

이미 제출한 신청서를 폐기하고 새로운 신청서를 받기로 한 것에 대해 당국 관계자는 “주가조작 유죄판결에 따른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상실 등 상황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1년 전 제출한 자회사 편입승인 신청서에 근거해 관련 절차를 진행하기 곤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 고위관계자는 “새로운 신청서를 내라는 것은 특히 가격을 국민 정서에 맞게 고쳐서 가져오라는 의미로 보고 있다”며 “론스타 측이 가격을 낮추는 것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최대한 가격을 깎도록 하겠다”고 말했따.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작년 말 기준 자산규모가 316조원으로 우리금융(332조원), KB금융(329조원), 신한금융(310조원)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외형상 다른 금융지주사들과 맞붙어도 밀리지 않을 만큼의 덩치를 키우게 되는 것이다.

론스타가 2006년 국민은행에 외환은행을 매각키로 계약을 맺었을 당시 약속한 사회공헌기금 1천억원을 내놓을지도 관심이다.

최근 하나금융의 계약상대인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 거액을 한국 사회에 환원한다는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나왔으나 론스타 측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