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주목받는 금호家 대규모 주식거래

2년 만에 주목받는 금호家 대규모 주식거래

입력 2011-06-10 00:00
업데이트 2011-06-10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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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거래 논란 속 ‘주주권리 보호 뒷전’ 지적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이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계열사 주식을 거래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2년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총수 일가의 계열사 주식매매가 주목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박 회장이 대우건설 매각사실을 미리 알고 금호산업 주식을 대거 처분했다는 금호아시아나측 인사의 진술을 확보해 진위를 캐는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박 회장과 금호석유는 검찰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특히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한국영업본부장(전무)과 故 박정구 전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금호석유 상무보도 금호산업 주식을 대거 처분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골육상쟁의 양상이다.

수사 선상에 오른 주식거래의 진실을 알려면 2009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제시한 풋백옵션 때문에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풋백옵션은 2006년 대우건설 인수 때 3조5천억원의 재무적 투자를 유치하면서 2009년 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행사가격인 3만1천500원을 밑돌면 차액을 보전해 주기로 한 계약이다.

당시 대우건설 주가는 1만1천원대였다. 금호아시아나는 약 4조원의 차액을 보전해야 할 처지였다.

이에 따라 금호아시아나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009년 6월1일 재무개선약정을 하면서 같은 해 7월 말까지 제3의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하지 못하면 대우건설을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 매각설을 부인하다 같은 달 29일 대우건설 매각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재무개선약정 체결 이후 대우건설 매각 발표 때까지 한 달 사이에 박찬구 회장과 장남인 박준경 금호석유 상무보가 금호산업 지분을 모두 처분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금호산업은 당시 대우건설 지분을 가장 많이 들고 있던 계열사로 대우건설이 팔리면 위기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룹 지주사의 역할도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었다.

검찰은 금호아시아나가 산은과의 재무개선약정 체결로 대우건설의 풋백옵션을 받아 줄 재무적 투자자를 찾는데 두 달을 벌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내부에서 매각계획이 진행됐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박찬구 회장 부자는 이런 정보를 알고 금호산업 주식을 서둘러 처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박 회장 부자의 거래 시점이 석연찮다.

박준경 상무보는 2009년 6월17일부터 22일까지 나흘에 걸쳐 금호산업 주식 155만7천690주를 팔았다.

주당 1만7천800∼1만9천원에 팔아 전체 매도액은 286억8천여만원에 달했다. 191만여주를 가진 박 상무보의 금호산업 주식은 35만주로 대폭 줄었다. 박 상무보는 7월3일에 나머지도 전량 처분했다.

박 상무보의 주식 매도 직후 아버지 박찬구 회장이 금호산업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같은 달 22∼ 24일 사흘 동안 보유주식 106만2천454주를 모두 매각했다.

박 회장 부자는 같은 달 말까지 금호석유 주식을 각각 96만여주와 51만여주씩 사들였다.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 매각을 발표한 6월29일 금호산업 주가는 하한가로 추락하고서 계속 내려 연말에는 1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박찬구 회장 부자는 대규모 손실을 피한 셈이다.

그러나 박찬구 회장측은 대우건설 매각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금호산업 주식을 처분한 것도 미공개 정보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특히 자신들의 주식거래가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법 매매였다면 조카인 박세창 전무와 박철완 상무보의 거래도 같이 봐야 한다며 ‘맞불작전’을 쓰고 있다.

박삼구 회장 측이 그룹의 주요 경영판단을 했던 만큼 핵심부에서 배제됐던 자신보다 조카들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박세창 전무와 박철완 상무보도 당시 금호산업 주식을 대거 처분하고 금호석유 주식을 매집했지만, 시점은 다소 다르다.

박 전무는 대우건설의 매각 발표 직후인 7월2∼6일 112만6천여주를 팔고 금호석유 주식을 44만6천여주 샀다. 박철완 상무보도 같은 기간 금호산업 82만6천여주를 던지고 금호석유 44만6천여주를 매입했다.

박 전무와 박 상무보의 금호산업 보유 주식은 작년에 감자 탓에 7천여주와 3천여주로 대폭 줄었다. 박 전무는 나머지 7천여주도 올해 2월 모두 처분했다.

경영난을 맞은 대기업 총수 가족들의 발 빠른 주식 매각을 놓고 증권가의 시각은 곱지 않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총수 일가가 비슷한 시기에 주식을 대거 매각한 것은 드문 일이다. 미공개 정보 를 이용했는지는 진위를 판단하기 어렵지만 기업윤리를 망각한 것은 틀림없다”고 꼬집었다.

회사의 위기 상황에서 주주들을 보호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만 고려한 채 서둘러 보유 주식을 대거 매각한 것은 대기업 오너 일가의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라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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