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카드發 가계부실 우려에 극약처방

당국, 카드發 가계부실 우려에 극약처방

입력 2011-06-07 00:00
업데이트 2011-06-0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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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버블’ 조짐..”자금줄 죄어 선제대응”6월중 여신금융사 차입한도 확정..업계 타격 예상

금융위원회가 7일 내놓은 ‘신용카드 특별대책’은 가계부실 우려를 키우는 신용카드회사의 몸집 불리기에 대한 극약처방으로 이해될 수 있다.

대출자산을 확대하려는 카드사의 경쟁이 800조원을 넘은 가계부채의 주요 증가 원인으로 작용해 자칫하다간 ‘제2의 카드사태’로 비화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는 올해들어 대출 서비스와 회원 모집에 대한 대책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카드사의 ‘탐욕’을 억제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 이번 대책을 통해 자산 확대를 근본적으로 차단키로 했다.

카드사를 포함한 여신전문금융회사의 레버리지(차입)를 일정수준 이하로 억제하고 감독, 검사, 제재의 강도를 확 높이는 게 대책의 뼈대다. 업계로선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옷에 맞게 몸집 줄여라” 차입한도 규제

지난해부터 거리는 물론 영화관이나 야구장에서 회원을 모집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영화표를 나눠 주거나 연회비를 대신 내주는 등 마구잡이로 신규 회원을 유치해 마치 2000년대 초반 ‘묻지마 카드발급’을 연상케 했다.

카드사들은 이런 식으로 회원을 확보해 카드대출을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카드대출은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율(6.3%)을 훌쩍 웃도는 19%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 덕에 카드자산은 9조7천억원(14.7%), 신규 발급 카드는 959만장(9.0%) 늘었다.

금융위는 이처럼 카드사의 자산 팽창이 가능해진 근본 원인은 카드사의 경우 자기자본의 10배까지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도록 한 특례조항에 있다고 진단했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의 특성을 고려해 특례조항을 뒀지만, 12년 전보다 자본이 18.3배로 증가한 여전사에 특례조항을 계속 적용하다간 회사채 발행으로 마음껏 자금을 조달해 무차별적으로 대출을 늘릴 우려가 있다고 본 것이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특례조항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회사채를 포함한 레버리지의 한도를 도입, 총자산이 자기자본의 일정 배율을 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레버리지 한도는 업계의 의견수렴 등을 거쳐 이달 중 결정될 예정이다. 지난 3월 말 현재 레버리지 비율(업계 평균 5.2배)이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카드, 할부, 리스, 신기술 등 여전사의 업종별 차이를 반영해 한도를 차등화하고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금융위 서태종 국장은 “한도를 초과한 회사는 유예기간에 단계적으로 자본을 확충해 분모를 키우거나 자산을 축소해 분자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매주점검→특별검사→영업정지 고강도 규제

금융위는 카드사의 자금줄을 옥죌 뿐만 아니라 검사, 감독, 제재 수위도 한층 강화해 과당 경쟁을 억누르기로 했다.

우선 내부적으로 ▲자산 증가 ▲카드 신규발급 증가 ▲마케팅 비용 등 3가지를 주요 감시 지표로 정해 회사마다 목표치를 월별·연도별로 정하도록 하고 이를 매주 검사할 방침이다.

서태종 국장은 다만 “회사별 시장 점유율과 진입 시기 등을 고려해 형평성 시비가 일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목표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회사는 지나치게 자산을 확대하는 곳으로 여겨 금융감독원의 매서운 후속 조치가 뒤따른다.

금감원은 월별 목표치를 몇 차례 어기거나 문제점이 발견된 회사는 특별검사를 나가기로 했다. 검사 결과 법규를 위반한 사례가 발견되면 일정기간 신규 카드발급이 정지된다.

아울러 해당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와 담당 임원에 대해서는 중징계가 이뤄진다.

이익중 금감원 여신전문감독국장은 “‘거리모집’ 등 불법 모집행위나 결제능력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카드를 발급하거나 대출해주는 행위가 중점적인 검사 대상이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최근 6개월간 카드발급 실적에 대한 서면조사를 마치고 이번 주부터 현장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1차 현장조사 대상은 신한카드, 현대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하나SK카드, 국민카드 등 전업계 카드사 6곳이다.

금감원은 또 카드사, 개인신용정보업체와 함께 카드대출의 위험을 분석·평가하는 ‘스트레스테스트’에 착수하는 한편 위험관리기준을 만들고 각종 부가서비스 비용이 신용판매 이익보다 많지 않도록 수익성 분석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가계부채 대책 ‘신호탄’..업계 강력 반발

금융위는 이번 대책이 범정부 차원에서 준비 중인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한 가지라고 소개했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카드대출이 급격히 늘어 가계부채 증가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카드 자산의 증가율(19%)은 지난 10년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인 6.8%나 명목 가처분소득증가율인 7.4%를 훌쩍 웃돌았다. 할부금융(24%)이나 리스(12%) 등 다른 여전업계의 자산 확대도 마찬가지 현상이었다.

특히 7등급 이하 저신용자에 대한 카드발급이 2009년 64만건에서 지난해 100만건으로 급증, 저신용자 카드발급이 급증한 2000년대 초반의 ‘플라스틱 버블’과 비슷한 상황을 연출했다.

물론 금융위는 당시의 카드사태가 당장 재연될 우려는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다만 점차 커지는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나중에 걷잡을 수 없는 형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서태종 국장은 올해 1분기 카드대출 신규취급액이 26조7천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3.5% 줄었는데도 왜 규제를 발표하느냐는 질문에 “저축은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문제에서 보듯 적절한 규제 시기를 놓치면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이번 대책이 업계의 특성을 무시한 조치라며 강력히 반발, 레버리지 규제를 도입하는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한도나 위험을 관리해야지 발급 자체를 규제하고 1주일 단위로 점검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저축은행 사태로 깨진 뒤 애꿎은 카드사들만 잡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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