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기업 사외이사 분석해보니… ‘감시’의 눈은 없었다

50대 기업 사외이사 분석해보니… ‘감시’의 눈은 없었다

입력 2011-05-26 00:00
업데이트 2011-05-26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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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법무부 모시기 경제부처 공무원 찬밥

저축은행의 사외이사가 금감원 및 경제부처 공무원의 자리라면 대기업의 사외이사에는 국세청과 법무부 출신 고위 공무원들이 상당수 눈에 띈다. 서울신문이 25일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 시스템을 이용해 국내 50대 기업(매출순)의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사외이사 189명 중 교수 등 학계 출신이 71명(37.6%)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판·검사 및 법무법인 23명(12.2%), 부처 공무원 21명(11.1%), 금융계 19명(10.0%) 순이었다. 산업계 등 기타는 55명(29.1%)이었다. 정부 부처별로는 판·검사 및 법무부·법제처 출신이 12명, 국세청 6명, 공정거래위원회 2명, 조달청 및 특허청 각각 1명 등이었다. 법조인과 국세청 출신이 상대적으로 많은 까닭은 각종 소송과 세금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는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이기 때문이다. 50대 기업의 등기이사는 평균 7.2명이었고 이 중 사외이사는 절반인 평균 3.8명이었다. 사외이사의 평균 연봉은 6258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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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법률소송 문제 복잡… 법조인 등 선호”

임인택 전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 장관은 아시아나항공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면서 연봉 4640만원을 받고 있다. 국토부는 항로뿐 아니라 항공 산업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 박명재 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항경 전 외교통상부 차관은 금호타이어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성진 전 조달청장은 현대삼호중공업의 사외이사다.

송광수 전 검찰총장은 두산중공업, 이명재 전 검찰총장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김상희 전 법무부 차관과 한부환 전 법무부 차관은 각각 LG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사외이사이고, 남기명 전 법제처장은 LG화학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김 전 차관의 연봉은 7700만원, 남 전 처장의 연봉은 4600만원이다. 이외 KT&G의 사외이사인 김정식 전 경찰대학장은 연봉 7200만원을 받고 있다. 김종신 전 감사원장 직무대행은 OCI의 사외이사로 있다. 금감원에서 부원장보를 맡기도 했던 최장봉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하이닉스 반도체의 사외이사다.

●경제부처 공무원 “연봉적고 외부인사 거부감 많아”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은 세금이나 법률 소송 문제가 복잡하기 때문에 법조인이나 세무 공무원을 사외이사로 선호하는 편”이라면서 “금융과 같이 규제 산업이 아니기 때문에 부처 공무원을 특별히 선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경제부처 공무원의 입장에서도 대기업은 선호하는 자리가 아니다. 한 공무원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연봉이 적고 조직 자체가 외부 인사에 대한 거부감이 많아 활동하기 불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의 경영 활동을 감시하는 사외이사가 기업의 이해관계를 풀어 주는 자리로 인식되고 있는 점은 큰 문제다. 정부 관계자는 “적어도 공직자는 자신이 맡던 업무와 연관된 기업을 위해 활동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면서 “특히 사외이사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위규 사실을 회사 이사회와 금융감독원에 동시에 보고하는 준법감시인제도의 실효성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2011-05-2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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