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담배 ‘던힐’ 200원 인상 정당했나>

<양담배 ‘던힐’ 200원 인상 정당했나>

입력 2011-05-09 00:00
업데이트 2011-05-09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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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소비자 주머니털어 외국본사 이익” 비난국산 담배잎 사용 약속도 ‘식언’

영업실적이 부진하다며 ‘던힐’ ‘켄트’ 등 담배 가격을 올린 외국계 회사 BAT코리아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경쟁사와 다른 ‘내부 거래’ 때문에 발생한 영업손실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9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BAT코리아의 감사보고서와 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1천10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BAT코리아는 지난달 담뱃값을 200원 올린다고 발표하면서 “그동안 담배잎 값이 많이 올라 영업이익이 최근 2년 동안 34% 주는 등 기업 수익성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실적으로만 보면 일면 수긍이 가는 해명이다.

하지만 BAT코리아의 매출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문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감사보고서에선 지난해 매출이 5천870억원인데 매출원가가 5천801억원이다.

매출액 대비 원가율이 98%에 달하는, 도저히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경쟁사인 KT&G의 원가율 40.1%, 필립모리스는 37%에 그친다.

그러나 세금과 각종 영업외비용을 합한 당기순이익은 122억원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이 회사가 이전가격조정이라는 명목으로 우리나라 정부에 낸 세금 대부분을 돌려받았기 때문이다.

이전가격 조정은 다국적 기업이 쓰는 법인세 절세 기법이다.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의 계열사에 저가로 상품을 공급하고 이를 고세율 국가의 계열사에서 고가로 매입,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에서 더 많은 이익이 발생하도록 해 기업 전체로는 법인세 부담을 최소화함으로써 세후이익을 극대화하는 수법이다.

BAT코리아에서 이런 역할을 하는 법인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로스만스 극동지부(REF) 한국사무소다.

BAT코리아는 사천공장(BAT코리아제조)에서 담배를 만들어 바로 파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서류상으로는 ‘던힐’의 상표사용권을 가진 BAT그룹 계열사인 RFE를 통해 제품을 판다.

’BAT코리아제조→RFE→BAT코리아’로 이어지는 구조다

지난해 BAT코리아와 RFE와의 거래액은 5천830억원에 달했다. 사실상 매출액의 거의 모두를 이 회사와 거래해 온 것이다.

실제로 두 회사가 담배 제품을 얼마에 사고팔고, RFE가 얼마만큼의 이익을 챙기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에 국세청이 지난 2005년에 이 회사의 2001∼2004회계연도의 법인제세를 통합조사한 결과, RFE와 BAT코리아 사이의 이전가격이 부적당하다고 처분해 법인세 483억원과 부가가치세 123억원 등 모두 606억원의 세금을 물렸다.

그러나 이에 불복한 BAT코리아는 조세심판원에 항고했고, 결국 2009년 12월에 이 금액을 모두 돌려받게 됐다.

이런 식으로 돌려받은 이전가격조정 금액이 지난해 영업손실을 메우고도 남는 1천165억원에 달한다.

그나마 발생한 당기순이익도 모두 미국으로 흘러들어간다.

지난해 올린 122억원의 순이익은 BAT코리아의 지분을 100% 가진 미국 회사 브라운&윌리엄슨홀딩스에 주당 2천189%씩 ‘통 크게’ 배당했다.

업계 관계자는 “REF의 이익때문에 BAT코리아가 손실을 감수했고 이를 세금환급이라는 방법으로 채웠다”며 “이러면서도 영업이익이 나쁘다며 담뱃값을 올린 것은 이상한 논리”라고 꼬집었다.

던힐 등을 만드는 BAT코리아제조의 최근 3년간 매출원가는 2008년 1천628억원, 2009년 1천976억원, 2010년1천967억원으로 큰 변화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담배의 제조원가가 올랐다면 생산만을 담당하는 BAT코리아제조의 매출원가도 이에 따라 올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BAT코리아가 담뱃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했던 제조원가 상승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BAT코리아는 “이전가격조정은 조세심판원의 결정을 거쳐 정당한 절차를 통해 한국 국세청에서 환급받았다”며 “RFE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경영실적이 어떤지는 밝힐 수 없다”고 해명했다.

BAT코리아는 도의적인 비난도 함께 받고 있다.

회사 측은 사회공헌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지난해 BAT코리아의 기부금 총액은 고작 3억2천700만원으로, 매출액의 0.05% 수준에 그쳤다.

KT&G가 매년 매출액의 2%가량을 사회공헌 활동에 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애초 약속과는 달리 국내 담배 재배 농가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2001년 7월 사천에 공장을 세울 당시 이 회사의 존 테일러 사장은 “한국산 잎담배 사용비율을 매년 10%씩 높여 오는 2007년 50%를 유지하겠다는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현재 BAT코리아는 담배잎을 모두 외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BAT코리아는 “기부금이 장부상 적은 것은 사회공헌 활동시 인건비 등 부대비용을 기부금 계정에 잡지 않는 엄격한 내부 기준 때문이다”라며 “한국 담배잎을 사용하는 방안은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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