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3천억달러 시대..‘상전벽해’

외환보유액 3천억달러 시대..‘상전벽해’

입력 2011-05-03 00:00
업데이트 2011-05-03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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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수준’ 논란 재점화 가능성전문가 “달러 위상 약화 대비 투자 다변화해야”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3천억달러 시대가 열렸다.

한국은행은 3일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2천억달러를 넘은 지 6년만에 3천억달러 고지에 올라섰다고 밝혔다.

◇외환위기 14년만에 ‘상전벽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2001년 9월 1천억8천만달러로 처음 네자릿수에 들어섰고 약 3년5개월만인 2005년 2월 2천억달러를 돌파했다. 그리고 다시 5년10개월만에 3천억달러를 넘어섰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 12월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이뤘다.

1997년 12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전월보다 20%가 줄어든 204억달러에 불과했으나 14년만에 15배로 불어난 것이다.

외환보유액이 3천억달러에 들어선 것은 달러 약세가 큰 영향을 미쳤다.

4월 중 전 세계적으로 달러 약세가 두드러지면서 유로화나 파운드화, 엔화 등 통화표시자산의 달러화 환산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유로화는 3월말 1유로당 1.4162달러에서 4월말 1.4806달러로 4.5%가 절상돼 사상 최고점인 2008년 4월22일 1.5985달러에 근접했다.

파운드화도 1파운드당 1.6032달러에서 1.6707달러로 4.2%, 엔화는 1달러당 83.21엔에서 81.11엔으로 2.6%가 절상됐다.

한은 국제국 국제총괄팀 신재혁 과장은 “유로화, 파운드화 등의 강세로 달러화 환산액이 크게 늘었고, 보유 외환이 늘어나면서 운용수익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적정외환보유액 도달했나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3천억달러를 넘어서자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적정 수준’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와 같은 비상상황에서는 우리나라의 대외 지급능력을 보증하는 외환보유액이 많은 것이 긍정적이지만 그렇다고 ‘다다익선(多多益善)’은 아니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이 늘면 여기에 대응해 원화가 시중에 풀리고 이를 흡수하려면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통안증권의 이자 지급액은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는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의 이자 수입액보다 많아서 ‘역마진’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한은은 “3천억달러를 넘었다고 해서 투자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안정성과 유동성이라는 기조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투자 다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미국 국채 보유비중을 줄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신흥국 국채나 금 보유비중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말 우리나라 외화자산 가운데 달러화 비중은 63.7%로 전년보다 오히려 0.6%포인트가 늘었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연구위원은 “기준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2천억달러 후반에서 3천억달러 중반을 적정 수준으로 본다”면서 “현 수준이 지나치게 많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또 “외환보유액은 비상상황을 대비하려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수익성이나 투자의 효율성보다는 안정성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위상이 약화하는 등 변화를 고려해 투자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 연구원은 “외환보유액의 점진적이고 완만한 증가세는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달러화 위상이 약화할 수 있어 보완 차원에서 금 보유비중을 높이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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