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O에게 묻다] (13) 이두형 여신금융협회장

[금융 CEO에게 묻다] (13) 이두형 여신금융협회장

입력 2010-11-22 00:00
업데이트 2010-11-22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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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점 카드수수료 내리고 여신업 ‘50%룰’ 규제풀 것”

욕금고종(欲擒故縱). 큰 이득을 위해 작은 것은 과감하게 내준다는 뜻이다. 손자병법의 36계 가운데 16번째에 나오는 말이다. 이두형(58) 여신금융협회장의 소신이기도 하다.

여신협회는 비영리법인이다. 신용카드, 리스(시설대여), 캐피털 등 할부로 돈을 빌려주는 41개 여신금융업체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받기 때문에 이미지가 좋지 않은 업체들이다. 툭하면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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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형 여신금융협회장이 21일 서울 다동 여신협회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신용카드 중소가맹점 수수료를 낮추는 대신 할부금융업 활성화를 위해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이두형 여신금융협회장이 21일 서울 다동 여신협회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신용카드 중소가맹점 수수료를 낮추는 대신 할부금융업 활성화를 위해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신용카드 중소가맹점 수수료를 낮추라는 요구는 지난 5년간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였다. 또 지난 7월 이명박 대통령의 ‘캐피털 고금리’ 발언 이후 금리 인하 압력이 거세다. 회원사의 권익을 위해 존재하는 협회의 장으로서 적잖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회장의 대답은 쿨했다.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대신 회원사에 이득이 되는 것을 얻어오면 된다.”고 했다. 무조건 버티고 방어하는 게 아니라 합리적인 지적은 받아들이면서 전략적으로 득실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정부의 주문은 영세 서민상인들의 가맹점 수수료 부담을 덜어달라는 것”이라면서 “연 매출 9600만원 미만인 중소가맹점 수수료를 3.3~3.6%에서 2.0~2.15% 수준으로 낮출 때 손실액은 연간 1000억원 정도로 20여개 은행·카드사들이 나누면 부담이 크지 않다.”고 했다. 또 “사회 공헌 차원에서 업계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협조의 대가로 업계의 숙원인 규제 완화와 업무영역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신업체는 2001년부터 ‘50%룰’을 적용받고 있다. 법적으로 전체 대출의 절반을 초과해 소비자에게 대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여신협회는 일부 업무영역만 제한하고 나머지를 풀어주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회장은 “금융감독 당국도 할부금융업 활성화를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계기가 생기면 업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캐피털의 고금리 구조에 대해 이 회장은 “은행들이 서민금융 확대 차원에서 선도적으로 캐피털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민금융이 고금리 구조가 된 일차적 책임이 은행에 있다는 것. 그는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몸집이 불어난 은행이 안전 위주의 영업을 하면서 중하위 신용등급 고객에겐 대출을 꺼렸다. 그 수요를 저축은행, 카드, 캐피털 등 2금융권에서 흡수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은행들이 안정적인 수신 기반을 바탕으로 계열사 캐피털을 지원한다면 금리 인하가 가속화할 수 있다.”면서 “최근 부산은행이 지역 서민에게 저금리 신용대출을 해주는 BS캐피털을 설립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KB카드가 국민은행에서 분사되는 것을 앞두고 카드업계의 경쟁이 과열된 것에 대해 이 회장은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소비자 혜택이 늘어나지만 카드사 입장에서는 마케팅 비용을 카드론 등 다른 부분에서 충당해야 하므로 부담이 크다.”면서 “불공정 거래에 저촉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영업비용을 제한하는 방법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중장기 과제로 긴급 유동성 대책 마련을 꼽았다. 그는 “수신기반이 없는 여신업체의 가장 큰 취약점은 자금 조달”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시장에 위기가 닥치면 차입금리를 올려도 돈줄이 막힐 수 있다.”면서 “대형 금융회사와 유동성 지원 제휴를 맺는 등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자신의 직책을 ‘두 얼굴의 사나이’에 비교했다. 회원사와 정부, 소비자, 가맹점주 등의 사이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는 “여러 이해관계자의 얘기를 귀담아 듣다 보면 회원사의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지금 미움받는 것은 감수하겠다. 장기적으로 회원사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이두형 여신금융협회장

▲1952년 경남 거창 출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서강대 경제학 석사 ▲1979년 행정고시 22회 합격 ▲2003년 금감위 감독정책2국장 ▲2004년 금감위 기획행정실장 ▲2004년 국회 수석전문위원 ▲2006년 한국증권금융 사장 ▲2010년 여신금융협회장
2010-11-2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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