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체제…“올 것이 왔다”

삼성 이재용 체제…“올 것이 왔다”

입력 2010-11-17 00:00
업데이트 2010-11-1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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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본격적인 ‘이재용 체제’로의 변신을 시도한다.

 이건희 회장이 17일 귀국길에 이재용 부사장의 승진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네”라고 답한 만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삼성의 연말 정기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할 것이 확실시된다.

 올해 42세인 이 부사장이 사장이 되면 대규모 물갈이.발탁 인사와 조직개편이 뒤따를 것으로 보여 창립 72주년을 맞은 삼성그룹은 또 한 번의 큰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눈앞에 닥친 인사태풍의 여파가 어디까지 몰아닥칠 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삼성,40대 오너 사장 체제로..인사태풍 불듯=40대 초반인 이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게 되면 이는 곧 큰 폭의 세대교체를 의미한다.

 이 회장이 여러 차례에 걸쳐 ‘젊은 조직’과 ‘젊은 리더’를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변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12일 멕시코로 출국하는 길에 “어느 시대이건 조직은 젊어져야 한다”고 언급한 데 이어 같은달 30일 귀국길에는 “21세기는 세상이 빨리 바뀌기 때문에 리더는 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난 11일 광저우 출국길에는 “연말 인사는 (인사폭을) 되도록 넓게 하고 싶다”고 말해 대대적 세대교체형 물갈이 인사가 뒤따를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비단 이 회장의 발언 때문이 아니더라도 과거 다른 재벌기업들이 젊은 오너 사장이 취임했을 경우 대대적 물갈이 인사가 뒤따랐던 사례들도 이 같은 전망에 무게를 실어준다.

 40대 초반의 ‘젊은 오너 사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삼성 사장단의 연령대를 파격적으로 낮추거나 30~40대 임원의 대거 발탁과 같은 쇄신 인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60세 안팎의 나이많은 경영진 가운데 올해 실적이 좋지 않은 CEO들이 교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부사장과 가까운 측근 인사들의 대거 발탁도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삼성 안팎에서는 재작년과 작년 잇단 쇄신형 인사로 53.7세까지 낮아진 삼성 사장단의 평균 연령이 더 낮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관측은 특히 올 연말 인사가 이 회장이 2년 가량의 공백기를 거쳐 삼성그룹 경영 일선에 복귀하고 나서 처음 단행하는 정기인사라는 점에서 힘을 얻고 있다.

 그동안 다소 이완됐던 조직을 추스르고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인적 쇄신을 통해 조직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40) 호텔신라·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 담당 전무와 차녀인 이서현(37) 제일모직 전무의 전진배치될 가능성도 주목된다.

 ●이 회장 영향력 여전..가신그룹 역할 커질 듯

 이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더라도 부친인 이 회장의 영향력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지난 3월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는 위기론을 앞세워 삼성의 경영일선에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데다 아직까지는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도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회장님이 복귀한 뒤로 회사에 활기가 돌고 있다”며 이 회장 경영복귀 뒤의 분위기를 우회적으로 전한 바 있다.

 실제로 이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한 뒤 삼성그룹은 그의 공백기에 하지 못했던 수십조원 규모의 과감한 투자계획과 신수종 사업 추진 전략을 잇따라 발표하는 등 이 회장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리더십과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수년 동안 이 회장과 삼성그룹을 괴롭혔던 검찰 수사와 법적인 다툼이 모두 마무리된 것도 오너 일가의 어깨를 가볍게 하고 있다.

 이 회장이 이 부사장을 부사장 승진 1년만에 다시 사장으로 승진시키겠다고 결심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 바탕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학수 고문과 김인주 상담역 등 이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앞장섰던 가신그룹의 역할도 강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이 이 부사장의 승진에 발맞춰 세대교체가 이뤄지더라도 이들 가신그룹의 역할과 위상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고문과 김 상담역 모두 광복절 사면으로 법적인 부담을 벗은 데다 ‘젊은 조직’이 가질 수 있는 위험성을 적절히 조절하고 보완해주는 역할을 이들이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연말 인사에 수반될 조직개편에서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전략기획실과 같은 조직이 부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 부사장 경영능력에 기대·우려 교차

 이 부사장의 승진은 오너 3세가 주축이 된 ‘영 삼성’의 출발을 알리는 전환점이지만 그에 못지 않은 위험성도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사장이 되면 회사의 실질적인 총 책임자가 돼 경영실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오너 2,3세들이 사장보다는 부사장이나 부회장과 같은 ‘부(副)’자가 붙은 타이틀을 선호하는 것도 이 같은 책임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사장은 과거 그룹의 인터넷 사업을 주도하다 사실상 실패를 맛본 뒤 이렇다 할 경영성과를 내지 못했다.그동안은 영업실적과 직결된 사업부서에 속하지 않아 실적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웠으나 최고경영자 대열에 오르면 ‘공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은 한층 가중될 것이 분명하다.

 이 부사장이 몸담고 있는 삼성전자는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실적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LCD 등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올 상반기 시황이 좋았던 덕분이다.

 그러나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세계적인 경기회복세 둔화와 함께 삼성전자 실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부사장이 연말 인사에서 삼성전자의 사장이 되면 내년도 회사 실적에 따라 경영능력에 대한 냉혹한 평가가 뒤따를 전망이다.

 이 회장이 이날 귀국길에서 내년도 사업전망을 묻는 질문에 “어렵지만 올해와 같이 보다 더 열심히 해서 흑자를 많이 내야겠죠”라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삼성전자가 내년에도 올해에 버금가는 실적을 거둘 경우 그에 경영능력에 대해 갖고 있는 일부의 불안감도 해소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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