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하나금융, 외환銀 노림수 있나

론스타-하나금융, 외환銀 노림수 있나

입력 2010-11-16 00:00
업데이트 2010-11-1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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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론스타가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배경을 놓고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론스타는 호주 ANZ은행과 매각 협상을 진행해왔고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하나금융 역시 우리금융지주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론스타와 하나금융이 손잡은 사실은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금융권은 외환은행의 매각 가격을 높이려는 론스타의 전략과 그룹의 덩치를 키우기 위해 다양한 인수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하나금융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고 있다.

 양측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둘 다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론스타,하나금융과 ANZ은행 사이에서 ‘줄타기’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론스타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매각을 위한 논-바인딩(Non-binding.구속력 없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음에도 ANZ은행와의 협상 창구도 열어놓고 있다.

 ANZ은행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외환은행 지분 인수와 관련해 여전히 기업실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ANZ은행은 지난 9월 외환은행에 대한 현장 실사에 착수했다.

 ANZ은행은 10월 중순께면 실사를 마치고 최종 의사 결정을 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차일피일 결정을 늦추면서 론스타의 애를 태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매각 가격을 둘러싸고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게 컸다.

 외신 등에 따르면 ANZ은행은 론스타가 보유한 지분 51.02%뿐 아니라 수출입은행의 외환은행 지분 6% 등 모두 57%를 45억∼46억달러에 인수하기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원화로 계산하면 약 5조670억∼5조1천796원이다.

 반면 론스타는 51.02% 지분에 대해서만 주당 1만5천원 이상,약 5조원 이상을 받기를 원했었다.

 금융권은 국내 대형 금융기관들이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ANZ은행이 유일한 인수 후보로 떠오르자 론스타가 높은 매각 대금을 고수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하나금융이 관심을 보이면서 상황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과 론스타 간에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하나금융은 10% 이상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15일 외환은행 종가인 1만3천원을 기준으로 매각대금은 약 4조7천53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론스타가 ANZ은행과 하나금융 사이에서 줄타기하면서 더 높은 가격을 주는 곳에 외환은행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론스타가 ANZ와 협상이 더뎌지자 하나금융을 끌어들여 매각 협상에 속도를 내려는 것 같다”며 “외환은행 매각은 일반 공개입찰과 달라서 결과를 가늠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론스타가 양쪽과 줄다리기를 하면서 론스타만 좋게 됐다”고 분석했다.

 ◇하나금융도 ‘다목적 포석’

 하나금융도 손해볼 게 없다는 입장이다.외환은행과 우리금융지주,둘 다 인수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양쪽 대주주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 추진에 대해 “언제든지 여러 대안을 다 같이 놓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다”며 “외환은행 인수 검토를 해오다 이번에 구체화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회장은 또 “(외환은행 인수 추진은) 이제 선만 본 것이다”라며 “26일까지 시간이 남아 외환은행과 우리금융 중에서 양자택일할 것”이라고 말해 우리금융 인수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뒀다.

 실제 하나금융은 우리금융 못지않게 외환업무와 기업금융에 강점을 지닌 외환은행에도 오랜 기간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인수 가격이 크게 오르는 바람에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서지 못했었다.매물 가치로 보자면 덩치가 크고 잡음이 많은 우리금융보다 외환은행이 더 매력적일 수 있지만 성장 측면에서는 둘 가운데 어느 곳이라도 상관없다는 게 하나금융의 입장이다.

 한 곳에 목매지 않고 두 가지 카드를 모두 쥐고 있으면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인수 협상에서도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고 정부의 우리금융 조기 민영화 의지를 보다 정확하게 알아볼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끝난 이후 규제 강화 움직임이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금융 인수에 나섰다가 실익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어 하나금융으로서는 어떤 식이라도 승부수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나금융 ‘자금조달이 걸림돌’

 그러나 문제는 하나금융이 5조원에 가까운 외환은행 인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느냐다.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에 나서려면 내부에서 동원할 수 있는 2조원 안팎의 자금을 제외하고 유상증자나 국내외 투자자 유치를 통해 2조∼2조5천억원 가량을 끌어와야 한다.

 문제는 증자를 하려면 골드만삭스 등의 대주주들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실제 지난달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인수에 나선다는 루머가 나돌자 1대주주였던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은 보유하던 하나금융 지분 전량을 팔고 나갔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외부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방법도 있지만,인수.합병(M&A)에 나서려면 유상증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이 결과적으로 론스타에 끌려 다니다 실익을 건지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고도 인수.합병이 무산된 적은 수없이 많다”며 “외환은행과 우리금융 매각이 어떻게 이뤄질지 아직 장담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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