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내두른 태광그룹 오너 재산증식 수법

혀 내두른 태광그룹 오너 재산증식 수법

입력 2010-10-19 00:00
수정 2010-10-1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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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광그룹 오너 일가족의 변칙적 재산불리기,재산대물림 수법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19일 검찰이 태광그룹 편법 상속 핵심으로 주목하는 티시스와 티알엠은 상당수 대기업 오너가(家)가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정보가 쉽게 공개되지 않고 가족기업으로 운영이 가능해 편법으로 활용하기 쉬운 비상장사의 허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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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회장의 사무실 겸 숙소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신문로 흥국생명 본사 24층 ‘펜트하우스’ 도준석 pado@seoul.co.kr
태광그룹 회장의 사무실 겸 숙소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신문로 흥국생명 본사 24층 ‘펜트하우스’
도준석 pado@seoul.co.kr
 티시스와 티알엠은 공교롭게도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의 형님이자,이임용 창업자의 장남인 이식진 부회장이 지병으로 타계한 2004년에 세워졌다.현재는 그룹의 몰아주기 속에 ‘숨은 알짜배기’로 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추적해 보면 티알엠은 2004년 9월 태광리엘코라는 이름으로,그룹 계열사의 건물과 각종 시설물 유지,관리를 목적으로 세워진다.티시스는 그보다 앞선 같은 해 4월 이호진 회장이 그룹 회장에 오르면서 태광시스템즈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당시 두 회사의 자본금은 각각 5천만원,지분은 모두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었다.

 설립 후 별 움직임이 없던 두 회사는 2006년 2월 나란히 운영자금을 조달한다는 취지로 유상증자를 실시한다.아들에게 회사에 지분을 몰아주겠다는 본격적인 이회장의 그림이 시작된 셈이다.

 티시스는 이사회를 열어 운영자금 8천599만원을 조달한다는 취지로,9천800주의 신주를 주당 8천958원에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실시했다.결의에 참석한 이사회 멤버는 흥국생명 총무부장 출신으로 대표이사를 맡았던 김모씨와 대표이사던 이호진 회장 2명 뿐이었다.

 기존 주주에게 1주당 0.96주를 배당하고,나흘 뒤인 21일까지 주식대금을 납입하는 결의를 한다.기존 주주인 이 회장이 실권하면 제3자에게 배정한다는 단서조항도 친절하게 곁들였다.

 이 회장은 자신에게 배정된 신주를 모두 실권했고 이를 아들인 이현준 군이 모두 인수했다.당시 아들의 나이는 이제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13살.

 티시스도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2006년 2월 주당 1만8천955원에 9천600주의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단행했다.유상증자로 회사에 유입된 자금은 1억8천만원이었다.마찬가지로 이 회장이 실권하는 형태로 제3자 배정을 이사회에서 결의한 뒤 이 회장의 아들인 이 군이 주식을 모두 인수했다.

 이런 방법을 통해 티알엠과 티시스는 이호진 회장이 51.02%,아들인 이현준 군이 48.98%를 각각 보유한 일가족 개인기업으로 만들어졌다.

 이 회장의 계획에 맞게 주주구성이 매듭지어지자,이후부터 두 회사에서는 ‘이상한 거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8천500만원의 운영자금이 부족해 유상증자에 나섰던 티알엠은 같은 해 11월3일,자본금의 23배나 되는 23억5천만원의 출처불명의 거액을 계열사인 예가람상호저축은행에 90일간 이자율 4.31%에 정기예금으로 맡겼다.1차 정기예금 만기일이 지난 뒤 곧바로 다시 1개월동안 같은 금액을 이 저축은행에 정기예금으로 맡겨 3.5%의 이자를 받았고,2007년 3월에는 다시 15억원을 이자율 4.31%에 3개월을 맡겼다.

 이같은 세 번의 정기예금으로 티알엠은 가만히 앉아서 이자수입만 2억5천만원 가량 챙겼다.이런 기막힌 재테크 덕분인지 티알엠은 설립 2년 만에 자산총액이 5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 때부터 티알엠은 그룹 계열사와의 부동산 위탁관리 등 서비스 용역 제공을 맡으면서 내부거래를 통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2007년 4월 티알엠은 그룹 주력사인 태광산업과 연간 53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3년간 총 159억원의 부동산 관리 위탁을 맡는 계약을 맺었다.

 같은 시기 티알엠은 태광관광개발과 1년간 부동산 관리 위탁 계약금으로 37억원,흥국생명과 1년간 부동산 위탁관리 계약금 및 상품용역제공 계약금으로 114억원 등을 받아 2007년에만 187억원을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이 급증하면서 회사 순익과 유보금이 많아지자 티알엠은 계열사인 예가람저축은행에 2007년 6월에 6개월 만기,이자율 5.25%의 복리식 8억원짜리 정기예금까지 들었다.

 티알엠은 회계결산이 끝난 이듬해 2008년 3월에 229억원의 거금을 투입해 그룹 주력사인 태광산업 주식 2만6천주를 주당 88만538원에 장내에서 매입했다.작년에는 추가로 2만5천주의 태광산업 주식을 매입해 현재 티알엠은 태광산업의 지분 4.63%를 보유하고 있다.이 지분가치는 현재 52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티알엠은 태광산업 주주 가운데 이호진 회장,이원준씨(이 회장 조카),학교법인 일주학원에 이은 4번째 대주주다.티알엠이 이 회장의 개인 대주주 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그룹 주력사인 태광산업의 경영지배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티알엠은 다른 그룹 주력사인 대한화섬의 주식 9천38주도 사들여 0.6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이 회장의 개인회사인 티시스와 함께 대한화섬 대주주다.

 2004년 대다수 대기업이 회사 정보보호 차원에서 그룹 전산망을 총괄 관리하는 SI 회사를 설립하는 붐 속에서 태광그룹이 만든 티시스도 마찬가지다.

 삼성그룹의 삼성SDS나 SK그룹의 SK C&C,현대그룹의 현대UNI 등 그룹 전산분야를 관리하기 위해 오너 일가족이 대주주가 돼 만든 회사처럼 태광그룹도 티시스를 만들었다.출범 첫 해에 티시스는 일부 그룹 계열사의 전산데이터 사업을 맡아 3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이듬해부터 계열사와의 거래규모를 늘리면서 본격적으로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티시스는 2005년에만 흥국생명,시스코시스템즈 등과 296억원대에 이르는 전산장비 공급 및 관리용역 계약을 체결했다.사업개시 1년만에 매출이 10배나 껑충 뛰었다.

 티시스도 이호진 회장 51.02%,이현준 군 48.98% 등 주주구성이 끝나자마자 다시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를 반복해 이 회장의 주식수를 4만815주,호진 군은 3만9천185주로 늘렸다.2005년에는 이 회장과 호진 군에게 총 5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설립 2년 만인 2006년 매출액 325억원,순익 24억원을 기록하면서 급성장했다.

 이 때부터 티시스는 주력사 중 하나인 대한화섬의 주식을 매수했다.티시스는 2006년 8월부터 2010년 10월 현재까지 30억원을 투입해 대한화섬 지분 3.56%를 확보해 5대주주가 됐다.태광산업 주식도 사들여 4.51%의 지분을 보유,티알엠과 함께 나란히 태광산업의 4~5대 주주로 올라 있다.

 계열사의 지원을 등에 업고 남긴 순익을 주력사의 지분확보에 투입한 셈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티알엠은 자회사를 사들이거나 이 회장의 부인과 딸 명의로 설립된 비상장 가족 회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족재산 불리기에도 나섰다.사업확장이 시작되던 2007년 3월 토목,건축업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동림이앤씨라는 회사에 자본금 1억원을 출자해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를 만들었다.

 동림이앤씨는 설립해인 2007년 그룹 계열사 태광관광개발과 12억원,티브로드 수원방송과 7억4천만원,흥국생명과 7억4천만원 등 39억7천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며,이 회사가 남긴 순익은 고스란히 티알엠의 몫으로 돌아갔다.

 2008년 6월에 티알엠은 이호진 회장의 가족이 대주주로 있는 주류수입 업체인 바인하임이라는 회사에 180만달러(한화로 18억5천만원)의 회화 채무보증을 섰다.

 2008년 2월에 설립된 바인하임은 현재 이사로 있는 부인 신유나씨가 51%,나머지 49%는 딸 이현나씨가 보유중인 또다른 숨은 가족회사다.바인하임이 채무이행을 하지 못하면 고스란히 티알엠이 떠안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티알엠은 2008년 말 자산총액이 333억원을 기록했고,지난해 말에는 481억원으로 덩치가 급증했다.순이익도 2008년 25억원이던 것이 2009년에는 57억원으로 1년만에 배 이상 껑충 뛰는 등 초고속 성장세를 보였다.

 티시스 실적도 해마다 경이로울 만큼 급신장했다.

 설립 이듬해인 2005년 30억원대였던 이 회사의 매출은 2006년 325억원,2007년 528억원,2008년 907억원으로 불어난 뒤 마침내 2009년에는 1천52억원을 기록하며 1천억원대를 돌파했다.

 기업이 커지자 이 회사는 연매출 100억원대의 티캐스트라는 자회사에 50%를 출자하고,아이텔레닉스라는 중소 IT회사를 인수하는 등 사업 규모도 불려나갔다.

 작년 말 530억원대의 자산을 가진 알짜기업으로 커진 티시스는 6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남겼다.설립 이후 단 한차례도 사회 기부금을 내지않는 등 외부노출은 거의 없었던 비밀 회사로 남아있다.

 현재 티알엠의 기업가치는 순자산 기준으로만 400억원대로 평가된다.성장율과 순익율 등을 감안하면 이 회사의 대주주인 이호진 회장과 아들 현준 군이 가진 이 회사의 지분가치는 최소 5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이호진 회장 부자는 티알엠을 설립해 이 회사에서만 500억원대의 재산을 불렸고,어린 아들에게 절반인 250억원대의 재산을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채 물려줬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김선웅 변호사는 “그룹전체가 1인 회사라면 문제를 제기할 수 없겠지만,상장회사인데다 회사 전체 이익을 위해 이사로서 의무가 있는데도 회사의 좋은 사업기회나 자산을 빼앗아 사유화해 배임행위가 될 수 있다”며 “태광산업의 경우 이호진 개인 회사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심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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