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 꺼내든 尹재정

‘열하일기’ 꺼내든 尹재정

입력 2010-07-24 00:00
수정 2010-07-24 01:1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올여름 열하(熱河)로 피서를 가실 계획은 없으신지요?”

23일 정오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한·중 경제장관회의 오찬장.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찬사 첫머리에서 대뜸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를 꺼내들었다. “230년 전 청나라 황제 건륭제 칠순잔치 때 조선 사신이 베이징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황제께서는 열하로 피서를 떠난 겁니다. 소식을 들은 사신들은 서둘러 열하로 향했습니다. 사신단 중 낮은 관리였던 연암은 기행문 열하일기를 써 중국의 선진문명을 조선에 소개했습니다.”

윤 장관이 열하일기를 통해 하고 싶었던 얘기는 연암의 이용후생(利用厚生) 정신과 중국의 존경받는 지도자인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黑描白描論),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강조한 ‘사회주의 현대화’와 전면적인 샤오캉(小康·의식주가 풍부한 상태)이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윤 장관은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 역시 친서민 중도 실용정책을 목표로 내세우며 이러한 사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이 새삼 열하일기를 거론하며 실용주의를 강조한 까닭은 뭘까. 한·중 간의 외교·안보 관계는 최근 천안함 사태와 한·미 연합 군사훈련,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 등으로 꼬여 있는 상황이다.

외교·안보 분야의 긴장감은 어쩔 수 없더라도 경제만큼은 실용주의 정신을 잃지 말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 장관의 뜻이 통한 걸까. 윤 장관과 장핑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은 회의에서 녹색성장과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환경 분야에서 투자 교류를 확대하고 호혜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윤 장관은 삼성과 LG의 차세대 LCD 공장 설립, SK가 우한시에 추진 중인 에틸렌 프로젝트에 대한 중국 정부의 협력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이에 대해 장핑 주임은 “각 기업과 구체적 조건을 조율 중”이라면서 “조만간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장 주임은 SK의 에틸렌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도 “처리 중에 있다.”고 답했다. 또한 “윤 장관의 요청을 경청하겠다.”면서 “한국 기업의 중국에 대한 첨단 기술 투자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오일만·임일영기자 oilman@seoul.co.kr
2010-07-24 1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학생들 휴대폰의 도청앱 설치 여러분의 생각은?
지난 달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김하늘(8)양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정신질환을 가진 교사가 3세 아들을 살해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개학을 앞두고 불안한 학부모들은 아이의 휴대전화에 도청앱까지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교사들은 이 도청앱의 오남용으로 인한 교권침해 등을 우려하고 있다. 학생들의 휴대폰에 도청앱을 설치하는 것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오남용이 우려된다.
안전을 위한 설치는 불가피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