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많아 걱정 컸는데 ‘결국’…열기구 관광 안전 우려 확산

바람 많아 걱정 컸는데 ‘결국’…열기구 관광 안전 우려 확산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4-12 14:59
수정 2018-04-1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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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만에 또 인명사고, 승인 과정에서 안전문제로 수차례 불허되기도

12일 제주에서 탑승객 13명이 사상한 열기구 사고가 발생하자 열기구 관광의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오전 제주는 맑고 바람도 그다지 강하지 않은 날씨를 보였다.

탑승객들 역시 비행하는 동안 바람이 안정적이었고 운항하는 데 큰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사고 지점 부근에서 바람이 좀 세게 불었고, 열기구가 나무에 걸렸다가 빠져나온 뒤 평지가 보이자 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동안 열기구 관광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고가 난 열기구를 운영하는 오름열기구투어는 애초 제주지방항공청으로부터 열기구 관광을 위한 항공레저스포츠산업 승인을 수차례 불허 끝에 어렵게 받아냈다.

이 열기구는 밧줄에 묶어 상공에 계류하는 고정식이 아닌 자유 비행식으로, 1시간가량 제주 상공을 떠다니며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는 관광 아이템으로 국내 최초로 운영이 추진됐다.

그러나 승인 과정에서 항공청은 구좌읍 송당리에 마련된 열기구 이륙장에 방해물이 있다는 점, 비행경로가 넓다는 점 등을 이유로 안전을 우려했다.

업체는 이후 이륙장의 범위를 좁혀 방해물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비행경로도 한정해 사업권을 따냈다.

하지만 위험요소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착륙장과 비행코스를 포함한 제주도 중산간 지역에서는 돌발적으로 바람이 강하게 불 수도 있고 곳곳에 있는 송전탑, 고압선, 풍력발전기 등도 안전 운항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 대상지는 시야가 트인 중산간 지역인 만큼 바람이 강하게 불 때가 적지 않다. 계절에 따라서는 바람 방향이 수시로 바뀌는 난기류로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 제주에서는 19년 전인 1999년 4월 열기구 대회에서 열기구가 강풍에 밀리면서 고압선에 걸려 추락하는 등의 사고로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일이 있었다.

당시에는 오전에 초속 20m의 강한 바람이 불자 비행을 취소했다가 오후 들어 풍속이 느려지자 2차 비행을 시도했다가 사고로 이어졌다.

또한 사고가 난 열기구는 착륙장이 6곳 있지만 바람 방향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항하다 보니 노면이 울퉁불퉁한 밭이나 초지에 착륙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서 착륙과정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부상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안전에 대한 관리·감독도 허술한 편이다.

열기구의 경우 별도로 이착륙을 돕는 기관 없이 업체의 열기구 조종사가 자체적으로 판단, 운항 여부를 결정한다. 운항 시 탑승 인원 등에 대한 신고도 매번 하지 않아도 됐다.

열기구에는 탑승객들이 착용할 수 있는 헬멧 등 안전장비도 없었다.

탑승객 양모(43) 씨는 “열기구가 오픈돼있고 별다른 보호장치나 안전장비가 없었기 때문에 저희가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조종사 지시대로 손잡이를 잡고 앉아있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터키 등 열기구 관광이 활성화된 나라에서는 바람이 비교적 약하게 부는 새벽에 비행하지만, 이날 사고가 난 열기구는 일출 후인 오전 7시 40분께부터 비행한 것을 두고 의문도 나온다.

안전 우려에 대해 열기구 관광을 시작할 당시 업체 측은 바람이 초속 5∼6m 이상 불면 운항하지 않으며, 자체 관측소에서 바람 방향·세기를 이륙 전까지 확인하고 높이에 따른 기상도 파악하는 등 안전에 유의하고 있다고 했지만 결국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인명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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