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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오미크론이 던진 숙제/하대청 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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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1-12-06 01:39 열린세상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하대청 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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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대청 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교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전해진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출현 소식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라고 불리는 이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높다는 것만 알려져 있을 뿐 아직 얼마나 치명적인지, 우리가 접종한 백신들이 이 바이러스를 얼마나 잘 막아 내는지 등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우려가 커지자 미국, 일본, 유럽 일부 국가에 이어 한국 정부도 남아공 여행자의 입국을 선제적으로 금지했다. 변이 바이러스 유입을 걱정한 발 빠른 조치였지만 이미 20개국 이상에서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문득 이 변이 바이러스를 어떻게 발견한 것일까 궁금해졌다. 감염 의심자를 판정하는 데 사용하는 이른바 PCR 검사는 변이 바이러스를 찾는 작업과 다르다. 바이러스의 유전자 일부를 증폭하는 PCR 검사와 달리 변이 바이러스를 찾으려면 바이러스의 유전체 전부를 염기서열 분석해야 한다. 값비싼 장비와 전문인력이 필요하고 복잡한 일이라 신속한 결과를 원할 때는 쓸 수가 없고 이런 시간과 비용을 치를 여력이 없으면 할 수가 없다. 자원 배분을 고민하는 저소득 국가들이라면 국제보건을 위해 바이러스 염기서열 분석을 하는 것보다 그 자원과 역량을 늘어나는 자국의 확진자 검사와 치료에 쏟아야 한다는 유혹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자원이 빈약한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새 변이 바이러스를 발견해 신속하게 세계에 알린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남아공이 새 변이를 찾아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실 이 지역에서 에이즈 발병률이 높기 때문이다. 에이즈 감염이 지역 공중보건의 심각한 위협이 되자 감시 체계를 갖추었고, 이 체계가 이번 발견을 도운 것이다. 남아공은 확진자가 많아서 다국적 제약회사가 임상시험을 많이 하는 곳이지만, 정작 백신은 제때 받지 못했다. 남아공 사람들은 백신 개발에 몸으로 기여했지만, 돈으로 기여한 부유한 국가들이 우선이었다. 이런 배경은 35% 수준의 낮은 백신 접종률로 이어졌고,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면역력이 약화된 에이즈 환자들까지 더해지면서 바이러스가 변이하는 좋은 환경이 됐다.

남아공이 오미크론 변이를 신속하게 보고해 국제사회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과 정보를 제공했지만, 그 결과로 받아든 것은 여행 금지였다. 자국으로 바이러스가 유입될까 걱정하는 국가들이 입국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런 국가들이 많아지면 아마도 남아공의 사회와 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미 세계 각지에서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나온 마당에 입국 금지가 효과적일까 싶지만, 시간을 벌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남아공에 대한 이런 조치는 국제보건의 나쁜 선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가들은 입국 금지 등의 조치가 두려워 변이 바이러스 발견 사실을 제때 알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재 조치로 입을 사회경제적 피해와 공중보건상 피해를 저울질할 수밖에 없는 국가들이 많아지면 팬데믹에 대항하는 국제적 공조는 깨질 수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국제보건 전문가들은 각국이 남아공처럼 정직하게 보고하게 하도록 국제사회가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저널리스트는 정직하게 보고하지 않았을 때 세계가 입게 될 경제적 피해를 고려해 보상금액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전적 보상도 가능하겠지만, 바이러스 감시 체계를 구축하도록 지원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필요한 장비를 제공하고 전문인력 교육을 제공하는 일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앞으로 더 확대돼야 하고 한국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백신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려는 세계보건기구 등의 국제적 노력은 이번 일로 힘을 얻고 있다.

이번 사례를 보면서 남아공만큼 감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저소득 국가에서는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고 계속 돌아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했다. 이들이 심각한 변이가 아니길 바라지만 위협적인 것으로 출현할 수도 있다. 두려움에 맞선 국제적 연대만이 이에 대항하는 길을 만들어 낼 것 같다. 내가 누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 어느 커뮤니티에 속해 있는지에 대한 기존 감각을 조정해 지구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절실한 때다.
2021-12-0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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