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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증명서는 국가 폭력”… 佛 극우·노란조끼 16만명 거리로

“백신 증명서는 국가 폭력”… 佛 극우·노란조끼 16만명 거리로

김정화 기자
입력 2021-07-25 17:56
업데이트 2021-07-26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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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완료자만 영화관·헬스장 이용 가능
새달부터 기차·비행기 이용할 때도 적용
백신 안 맞은 의료 종사자는 업무 못 해
극우·극좌 정당 손잡고 “개인 자유 침해”
이탈리아, 실내 시설 ‘백신 여권’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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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서 시위대들이 주말인 24일(현지시간) ‘마크롱이 미쳤다’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충분한 논의 없이 다중 이용시설 출입 시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는 정책을 강행해 차별을 조장하고 시민권을 제한한다고 반발했다.  파리 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에서 시위대들이 주말인 24일(현지시간) ‘마크롱이 미쳤다’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충분한 논의 없이 다중 이용시설 출입 시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는 정책을 강행해 차별을 조장하고 시민권을 제한한다고 반발했다.
파리 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지구촌 전역에 확산하며 확진·사망자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유럽과 호주 등 각국에선 정부의 방역 방침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프랑스, 이탈리아에선 백신 접종을 유도하는 정부 정책이 ‘국가 폭력’의 일종이라며 정치적 성향을 떠나 전국적인 반발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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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확인서인 ‘그린 패스’에 반대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일어난 시위 모습. 밀라노 EPA 연합뉴스
백신 접종 확인서인 ‘그린 패스’에 반대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일어난 시위 모습.
밀라노 EPA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AP통신은 “프랑스에서 극우 운동가와 ‘노란 조끼’ 활동가를 포함한 약 16만명이 다중 이용시설 출입 시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도록 한 정부 방침에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21일부터 영화관, 헬스장 등 50명이 모이는 문화·여가 시설을 이용할 때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는 보건 증명서를 제시하도록 했다. 다음달에는 이 조치가 장거리 버스나 기차, 비행기 등으로도 확대되고, 모든 의료 종사자에게 백신 접종도 강제한다. 최근 바이러스 감염이 급증하는 만큼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다시 국경을 폐쇄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같은 방침이 백신 접종 여부에 따른 차별이며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게 시민들의 반발 이유다. 특히 이번 시위에서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정당 라스앙상블내셔널과 극좌 정당 라프랑스앵수미즈가 함께 손잡고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에 대항한 것은 2018년 유류세 인상 철회를 요구했던 노란 조끼 시위대를 연상시킨다. 당시 정부가 환경오염 방지 대책으로 유류세를 인상하자 약 30만명이 시위에 나설 정도로 반발이 심했는데, 이들 중엔 극우 민족주의자나 무정부주의자뿐 아니라 실제 타격을 입게 된 교외 통근자와 온건파, 무당층까지 대거 참여한 바 있다.

이들은 충분한 논의 없이 정부가 정책을 강요하는 게 폭력적이라고 본다. 특히 시민을 특정 조건으로 구별하기 시작하면 그 뒤론 차별과 억압이 이어질 것이란 생각이 큰데, 이는 과거 독일 나치가 유대인에게 노란색 별을 붙이게 한 뒤 붙잡아 학살한 전례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번에도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의료 종사자들은 일하지 못하게 하는 등 업무상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조치가 대규모 시위의 시발점이 됐고, 시위대는 스스로 옷에 노란색 별을 붙이는 등 강하게 항의했다.

“시민들이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일을 정부가 급하게 처리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파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남성은 AP에 “식당과 술집이 더이상 여가 공간이 아닌 제약과 규율의 공간이 돼 버렸다”며 “(백신접종 확인으로) 우리는 사실상 경찰과 다름없게 됐다”고 토로했고, 한 병원 근무자는 “백신 접종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직장을 잃는 한이 있어도 버틸 것”이라고 완강하게 말했다. 엔지니어로 일하는 한 시민은 “정부는 국민들이 결정을 내릴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며 “프랑스인의 일부는 항상 정부 정책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이에 대한 협박 역시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웃 이탈리아에서 열린 시위 역시 이와 비슷했다. 정부가 다음달부터 실내 시설을 출입할 때 백신 여권인 ‘그린 패스’를 의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발표하자, 시민들은 백신 여권을 파시스트 독재 정권의 결정에 비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1-07-2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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