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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무.야.호!” 소년소녀 눈높이 딱 맞춘 국악관현악 ‘소소음악회’

[리뷰] “무.야.호!” 소년소녀 눈높이 딱 맞춘 국악관현악 ‘소소음악회’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1-06-12 08:00
업데이트 2021-06-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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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용 아닌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눈높이 공연
‘쿠키런’ BGM·방탄소년단 ‘소우주’ 등 ‘매력’
아이들 감성 읽어 공감가는 가사와 선율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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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관현악단이 1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가진 ‘소소음악회’에서 모바일 게임 ‘쿠키런’의 배경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국립극장 제공
국립국악관현악단이 1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가진 ‘소소음악회’에서 모바일 게임 ‘쿠키런’의 배경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국립극장 제공
“렬루(정말로), 킹받네!(열받네)…아이고 설워. 인생은 어려워, 될 대로 안 되지.”

신조어가 가득한 통통 튀는 가사가 국악관현악과 함께 신나게 흐르자 객석에서 장난스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열심히 공부하다 꼭 잠깐 쉬고 싶어 유튜브를 켜는 순간 방문을 여는 엄마, 외모나 성격, 성적까지 우수한 유전자는 모두 몰아 받은 것만 같은 형. 사춘기 시절 누구나 느껴봤을 서러운 감정이 재치있는 가사와 활달한 선율이 무대와 객석에 행복한 웃음을 전했다.

11일 오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소년소녀를 위한 ‘소소 음악회’는 온전히 청소년을 위한 공연으로 꾸며졌다. 악기를 소개하거나 교과서에 나오는 귀에 익은 음악을 들려주는 등 정보를 전달하는 음악회가 아닌, 그 자체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첫 선을 보인 맞춤형 국악관현악 음악회다. 새로 문을 연 해오름극장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 전 단원이 출연해 60인조 국악오케스트라가 웅장하면서도 밝고 따뜻한 음악을 선사했고, 무대 뒤 스크린을 통해 다양한 자막과 영상, 조명으로 세련된 분위기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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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관현악단이 1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가진 ‘소소음악회’에서 모바일 게임 ‘쿠키런’의 배경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국립극장 제공
국립국악관현악단이 1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가진 ‘소소음악회’에서 모바일 게임 ‘쿠키런’의 배경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국립극장 제공
첫 무대는 최지혜 작곡가의 ‘강, 감정의 집’ 중 3악장이 열었다. 북소리부터 대금, 피리, 해금, 대아쟁 등 악기 종류별로 저마다의 특색을 살린 음색을 보여준 뒤 서서히 강물이 모이듯 조화를 이뤘다. 이어 인기 모바일 게임 ‘쿠키런: 킹덤’ 배경음악과 함게 무대 앞뒤 스크린에서 게임 화면을 비추며 흥을 돋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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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소소음악회’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함께 아마씨가 ‘설움타령’을 부르고 있다. 국립극장 제공
11일 오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소소음악회’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함께 아마씨가 ‘설움타령’을 부르고 있다.
국립극장 제공
자연의 소리, 시간을 알리는 소리, 개 소리, 휴대전화 울리는 소리 등 일상에서 들을 수 있는 많은 소리를 다양한 국악기로 실감나게 그려낸 뒤 듣기 싫은 소리, ‘잔소리’(노선락 작곡)와 이어진 ‘설움타령’이 청소년들의 마음을 다독였다. “오자마자 게임이니, 숙제는 하고 게임을 해야지”, “다 너를 위해 그러는 거다” 등 잔소리들이 선율을 따라 자막으로 스크린에서 춤을 췄고, 빼곡한 잔소리 문구 위에 ‘작작 좀 합시다’라는 문장이 표시되자 객석에서 키득거리는 웃음들이 나왔다.

아마씨(AMA-C)가 만들고 부른 ‘설움타령’은 그야말로 소년소녀들의 눈높이에 딱 맞았다. ‘영어 수학 논술 코딩, 집에 오면 또 다시 숙제’로 시작된 타령에는 아이들이 많이 쓰는 신조어들이 가득 담겼다. 엄마가 갑자기 방에 들어와 게임을 망쳤다고 할 때 쓴 말인 ‘엄크(엄마 크리티컬)’부터 ‘등짝 스매싱’, ‘레알, 참트루 실환가요’,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 안 되나요’, ‘무야호!(기분이 좋을 때 쓰는 말)’ 등 아이들의 목소리가 그대로 전해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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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관현악단이 11일 오후 선보인 ‘소소음악회’.  국립극장 제공
국립국악관현악단이 11일 오후 선보인 ‘소소음악회’.
국립극장 제공
방탄소년단(BTS)의 ‘소우주’를 국악관현악 버전으로 편곡한 연주는 미러볼과 조명, 영상이 한 데 어우러지며 공연장이 별빛 가득한 우주로 변신해 더욱 신비한 매력을 전했다.

‘이슬의 시간’(황호준 작곡)과 ‘신뱃놀이’(원일 작곡) 등 국악관현악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작품도 빠지지 않았다. 특히 마지막을 장식한 ‘신뱃놀이’를 연주하며 단원들이 뿅망치와 축구공 등 장난감을 들어 더욱 밝은 분위기로 꾸몄다. 단원들은 다시 ‘잔소리’ 선율에 맞춰 파트별로 유쾌한 인사를 객석에 건넸다. 풍성한 국악관현악으로 아이들의 감성을 읽어내 공간을 가득 메운 공감으로 남녀노소 모두 함께 박수치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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