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소리 나는 대로 적지 않았다. 소리대로라면 ‘었’은 ‘이’의 영향을 받아 ‘였’이 돼야 했다. 우리 맞춤법은 이것을 ‘어법에 맞도록’ 적으라고 한다. 본래 모양을 밝혀 적으라는 뜻이다. 의미가 쉽게 전해지도록 하려는 목적이 있다.
‘늙고’를 ‘늘꼬’, ‘늙지’를 ‘늑지’, ‘늙는’을 ‘능는’으로 적는다면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렵게 된다. 소리와 상관없이 ‘늙’을 본래 모양대로 적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이었다’의 ‘-었’도 이런 취지를 살린다는 뜻이 있다. 일관성을 지킨다는 점도 있다. ‘불었다’, ‘먹었다’, ‘울었다’이다.
북녘에서는 소리대로 ‘이였다’로 적는다. 모음 ‘ㅣ’와 ‘ㅐ, ㅔ, ㅚ, ㅟ, ㅢ’처럼 끝이 ‘ㅣ’인 모음 뒤에서는 ‘었’이 아니라 소리 나는 대로 ‘였’으로 표기한다. 북녘의 맞춤법에서는 ‘슬픔이였다, 감동이였다’가 맞는 것이다. 같은 규칙에 따라 ‘되다’는 ‘되여’, ‘되였다’라고 한다. ‘하시다’는 ‘하시여’, ‘하시였다’로 적는다. 부사 ‘도리어’도 북녘으로 가면 ‘도리여’가 된다. ‘드디어’는 ‘드디여’, ‘헤엄’은 ‘헤염’으로 바뀐다.
북녘의 맞춤법 총칙에도 ‘어법에 맞도록’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뜻을 가지는 매개 부분을 언제나 같게 적는 원칙을 기본으로 하면서’다. 그렇지만 ‘이었다’ 같은 예에서는 남녘과 달리 ‘소리 나는 대로’를 따랐다. 하나의 언어에 두 개의 맞춤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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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2 2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