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최종합의문 서명 안 하고 환율·북핵 지렛대로 연일 압박…3월 수출 증가 속 對美는 감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 대한 우리 정부의 ‘원칙적 합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이를 뒤흔드는 미국발 여진이 만만찮다. 북·미 대화와 환율 문제까지 끌어들인 데 이어 우리가 ‘레드라인’(금지선)으로 정한 농산물까지 추가로 건드리고 있다. 한국산 철강에 대한 고율 관세를 내세워 미국산 자동차의 쿼터(수입할당) 확대를 얻어 낸 미국의 ‘성동격서’식 협상 전략에 또다시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일 “지난달 28일 양국이 발표한 FTA 공동 선언문에도 농산물 관련 조항은 바꾸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확히 박혀 있다”면서 “미국이 추가 시장 개방을 요구하려면 진작 했어야지 지금에 와서 새로 협상하지는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양국이 아직 최종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았다는 점이 꺼림칙한 대목이다. 상대 약점을 물고 늘어져 최대 이익을 얻어 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 전략을 감안할 때 정부가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원칙적 합의를 근거로 내세우지만 공동 선언문에는 미국의 추가 요구를 막을 안전 장치가 전혀 없다”고 우려했다.
철강과 자동차의 연계 사례처럼 우리 입장에서는 ‘득은 없고 실만 있는’ 패키지 딜 가능성도 제기된다. 환율이나 농산물 등의 문제는 미국이 추가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우리보다 앞선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의 분야에서 기술·표준을 미국 기준에 맞추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한국이 취약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치고 들어오면 기술 종속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FTA 개정의 근거로 내세웠던 ‘무역 불균형’도 상당 부분 해소된 만큼 정부가 대응 수위를 좀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은 515억 8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6.1% 증가한 반면 대미 수출은 61억 3800만 달러로 오히려 1.0% 감소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2018-04-02 8면